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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 17, 호르무즈 시계 D+10일 — 시장이 가격에 안 넣은 카운트다운

오늘 새벽 VIX는 17.08에 마감했다 (자료: Yahoo Finance, 2026-05-08 close). 코로나 이전 장기 평균(1719)의 한복판이다. 같은 시각, 호르무즈 해협은 71일째 닫혀 있다. 2월 28일 미·이스라엘이 이란을 친 그날부터 상업 트래픽이 90% 넘게 빠졌다.

평온한 변동성과 막혀 있는 글로벌 원유 동맥. 둘 중 하나는 틀렸다.

El-Erian이 시계를 걸었다

지난 4월 30일, Mohamed El-Erian이 마침내 시계를 걸었다. 핌코(PIMCO) 전 CEO이자 Bloomberg Opinion 컬럼니스트인 그가 Fortune 인터뷰에서 한 줄을 잘라냈다.

“If they’re not reopened in the next four to eight weeks, it will look very different.” (앞으로 4~8주 안에 호르무즈가 다시 열리지 않으면, 세계 경제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오늘이 5월 10일 — D+10일. El-Erian의 윈도가 열린 4-8주는 5월 28일(4주)에서 6월 25일(8주)까지다. 우리는 그가 말한 침체 회피 윈도의 시작점에 있다.

이건 그의 단독 발언이 아니다. 같은 주에 Fortune은 다른 톱 오일 트레이더의 말을 받았다. “호르무즈가 내일 열려도 다음 몇 달은 절대적인 재앙이다.” Bloomberg는 4월 21일 “메이저 트레이더들이 수요 충격의 가장 나쁜 부분은 아직 안 왔다고 본다”고 적었다.

El-Erian의 호르무즈 시계 — 우리가 서 있는 위치 Feb 28 호르무즈 폐쇄 D-day Apr 30 El-Erian "4–8주" +61일 오늘 (May 10) D+10일 May 28 4주 데드라인 Jun 25 8주 (만기) El-Erian의 침체 회피 윈도 자료: Fortune (2026-04-30), EIA Today in Energy. 시점은 KST 기준.

위 타임라인은 호르무즈가 닫힌 2월 28일을 D-day로, El-Erian의 4-8주 카운트다운(붉은 박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 우리는 시계의 시작점에 있다 — 끝은 6월 25일이다.

시계 소리는 두 곳에서 울리고 있다

첫 번째: 기름

EIA의 4월 STEO 보고서는 차분한 표지 아래 무거운 숫자를 적었다. Brent 1분기 평균은 배럴당 $81, 3월에 $103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EIA는 2분기 피크를 $115로 박았다 — 4분기에 다시 $88로 내려온다는 가정 하에.

생산 셧인은 4월에 일평균 9.1M 배럴, 5월에 6.7M으로 줄어든다 — 충돌이 4월 안에 끝났다는 가정 하에. 그 가정은 이미 깨졌다.

배럴당 가격이 평균 $115면 미국 휘발유는 갤런당 $4선을 넘는다. 이미 moneywise.com이 “$4.39”를 헤드라인에 붙였다. 한국 운전자에게는 리터당 환산해서 ~2,400원 수준이 된다.

호르무즈는 2025년에 일평균 약 2,000만 배럴을 통과시켰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무역의 약 25% — EIA의 수치다. 우회 경로(SUMED, East-West, Habshan-Fujairah)의 용량은 그 일부만 흡수할 수 있다.

두 번째: 식탁

FAO 식품가격지수는 4월에 130.7을 기록했다. 3월보다 1.6% 오른 수치, 2023년 2월 이후 최고치. 3개월 연속 상승.

세부 지수는 더 무겁다.

식물성 기름이 구조적으로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원유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원유가 비싸지면 바이오연료 정책 인센티브가 살아나고, 같은 작물(팜·대두)이 식용에서 연료로 빠진다. 호르무즈 → 원유 → 식물성 기름 → 식탁의 사슬은 한 줄로 이어진다.

호르무즈에서 한국 식탁까지 — 6단계 전이 사슬 호르무즈 폐쇄 71일 상업 트래픽 -90% (EIA) 원유 공급 -25% (해상) 셧인 9.1M b/d (4월) · EIA Brent $115/b Q2 피크 EIA STEO Apr 2026 전망 바이오연료 ↑ 식용유 → 연료로 빠짐 FAO 식품지수 130.7 (4월) · 3개월 연속 ↑ 식물성 기름 +5.9% MoM · 육류 신고가 (+6.4% YoY) 한국 가공식품·외식 CPI 시차 2–3개월. 라면·과자·튀김류·식용유 직격 자료: EIA Today in Energy + STEO (Apr 2026), FAO Food Price Index (Apr 2026 release).

위 다이어그램은 호르무즈가 한국 가계의 식탁까지 6단계로 어떻게 도착하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무거운 박스(붉은색)는 이미 발표된 4월 데이터, 검은 박스는 가까운 미래에 도착할 결과다. 시간차는 보통 2–3개월.

그런데 시장은 시계를 안 듣는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이다. 같은 데이터를 보면서 자산 시장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2022년과 비교가 필요하다. 그때는 침공 직후 일주일 만에 BEI가 30bp 가까이 튀었고 VIX는 30대로 갔다. 지금은 그게 없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뭐냐. 시장은 지금 “호르무즈는 곧 열린다”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다. EIA STEO의 가정처럼 — 4월에 끝난다, 4분기엔 정상화된다 — 그 가정에 맞춰 자산을 가격하고 있다.

가정이 깨지면? 그때부터가 진짜다.

왜 시장은 못 듣는가 — 가설 셋

가설 1: 빠른 종전 시나리오에 가중치가 너무 크다

4월 23일 Fortune은 트럼프가 휴전을 ‘무기한’으로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건 지상 작전 휴전이다. 호르무즈 해상 통제는 이란 IRGC 손에 남아 있고, 상업 트래픽은 풀리지 않는다. 시장은 헤드라인의 “휴전”에 반응했고, 지하로 흐르는 물류 데이터는 안 본다.

가설 2: AI 자본주기가 뉴스 사이클을 빨아들였다

NVDA·AMD·META의 AI capex 순환과 1분기 빅테크 실적이 4월 헤드라인 점유율을 압도했다. 일반 투자자에게 호르무즈는 어딘가 멀리 있는 일이다. 가격에 안 들어간다는 건 곧 주의에 안 들어간다는 뜻이다.

가설 3: 헤지 비용이 비싸졌다

WTI 콜의 implied vol이 51%면 헤지 옵션이 비싸다. 헤지를 사기엔 늦었고, 안 사면 옆 사람도 안 산다 — 일종의 게임이론이다. 결과는 모두가 “괜찮다”는 가격에 합의하는 fragile equilibrium.

반대편 — 시장이 맞을 수 있다

내가 자주 잊는 게 있다. “시장은 합쳐서 멍청이가 아니다.” 다음 시나리오들이 시장의 침착함을 어느 정도 정당화한다.

요약하면 — 시장은 “OPEC 잉여 + 재고 버퍼 + 수요 탄력성”이 6주 안에 가격을 다시 누른다는 시나리오를 보고 있다. 그게 맞으면 El-Erian이 틀린 거다.

한국 독자가 점검할 곳 — 셋

이런 글에서 늘 마지막에 묻는다. “그래서 내 지갑에 뭐가 달라지는데?” 솔직히 말하면 답은 “지금 당장은 거의 없다 — 그러나 8주 안엔 갈라질 수 있다”이다.

  1. 식료품 인플레이션 채널: 식물성 기름 +5.9% MoM은 한국 라면·과자·튀김류에 2-3개월 시차로 들어온다. 한국은 식용유의 절반 이상을 수입한다. 5월 말 발표될 한국 4월 CPI에서 가공식품 항목이 평균 이상으로 튀면, FAO 신호가 가계까지 도착했다는 뜻이다.

  2. 환율과 외화 비중: WTI가 $115를 6주 이상 유지하면 한국은 무역수지 압박으로 원화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외화 ETF(특히 미국 S&P 500 환노출 vs 환헤지 비중)를 지금 점검할 시점이다.

  3. 에너지·디펜스 vs 소비재 노출: 시장이 가격에 안 넣었다 = 에너지·디펜스 섹터에 비싸지지 않은 옵션이 남아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반대로 식품 수입 비중 높은 종목은 마진 압박이 늦게 도착한다. 단정 매수·매도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안에서 어느 쪽이 비대칭하게 노출돼 있나”를 점검하는 것 — 그게 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계가 6월 25일까지 풀리지 않으면, 내 다음 분기 매크로 가정 두 개를 갈아야 한다 — (1) 식품 디스인플레 트렌드, (2) Fed가 9월에 한 번 더 자른다는 컨센서스. 둘 다 호르무즈가 빨리 풀린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확신은 없다. 시장이 맞고 El-Erian이 틀릴 수도 있다. 작년에 나도 한 번 크게 틀렸으니까. 다만 시장이 가격에 안 넣은 시나리오가 분명히 하나 남아 있다는 것 — 그것만은 확실하다.

다음 점검 포인트는 5월 28일(4주 마감)과 6월 25일(8주 마감). 그 사이에 호르무즈 트래픽이 80% 회복되면 글을 쓰는 나는 안도하고, 시장은 조용히 옳았던 거다. 회복이 안 되면 — 그때부터는 글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 자료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자 의견이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본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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